오래전부터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밀렵꾼’이 지목되어 왔다. 살아있는 코끼리의 얼굴을 전기톱으로 도려내고, 코뿔소의 코를 잘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 밀렵꾼들의 잔인한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보호 동물의 GPS 목걸이를 해킹하여 밀렵을 시도하는 등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얼마 전엔 역사상 최초로 발견되었던 ‘흰색 기린’이 멸종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국가에서 보호하고 있던 흰색 기린들이 밀렵꾼들로 인해 죽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현재 흰색 기린은 지구상 단 한 마리만 남게 되었다. 어떠한 동물들이 밀렵꾼들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지 알아보자.
1. 흰 기린
흰 기린은 백변종을 앓아 흰 털을 가진 기린이다. 백변종이란 색소 감소에 의해 체모/깃털/피부 등이 백화 한 개체를 말한다. 새끼를 보면 기린 특유의 점박 무늬가 하얗게 없어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 흰 기린들은 2016년 케냐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기린들은 어미 한 마리와 새끼 두 마리, 총 세 마리였다. 이 기린들은 금세 전 세계에 보도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 흰 기린 모자는 세계 유일한 개체일 것으로 추정되었다. 케냐는 국가 차원에서 야생 동물 보호 구역을 마련하여 흰 기린들을 보호했다.
하지만 국가의 보호가 무색하게도 발견 1년 뒤인 2017년, 흰 기린 2마리는 죽음을 맞이한 채로 발견됐다. 기린들이 죽은 자리에는 뼈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가죽과 살점을 노린 밀렵꾼이 기린들을 죽인 것이다.
아프리카 야생 동물 재단에 따르면 밀렵꾼에 의한 야생동물 개체 감소 문제는 심각하다. 실제 기린 개체 수의 40%가 불과 30년 만에 사라졌다.
2. 핑크 돌고래
핑크 돌고래의 본명은 ‘아마존 강 돌고래’다. 브라질, 페루, 에콰도르에 있는 아마존 강에 서식한다. 세계 5대 희귀 동물 중 하나로 분류된다.
핑크 돌고래는 신성한 미신과 설화 등이 뒤따라 그동안 인간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집중적인 사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밀렵꾼들은 핑크 돌고래를 포획하여 낚시꾼에게 미끼용 살점을 팔고, 어민에게 사료용 기름을 팔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한 어부가 돌고래 배를 잔인하게 가르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해당 영상은 만국의 질타를 받았다.
한편 핑크 돌고래의 번식 속도는 느린 편에 속한다. 4-5년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때문에 핑크 돌고래의 개체 수는 10년마다 50%로 줄고 있다. 현재 핑크 돌고래는 멸종 위기 위기 근접 단계다.
3. 쿠스쿠스
쿠스쿠스는 털이 복슬복슬하여 귀여운 매력이 있는 캥거루과 동물이다. 야행성에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다. 나뭇가지 사이에 숨어있어 사람들에게 잘 발견되지 않는 편이다.
쿠스쿠스는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파푸아뉴기니 등지에 분포한다. 특히 숲이 우거진 곳에 서식한다. 나무에서만 사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숲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탓에 쿠스쿠스 서식지가 감소했다.
밀렵꾼들의 과도한 사냥 역시 피할 수 없었다. SBS <정글의 법칙>에서도 쿠스쿠스 구이를 먹기 위해 쿠스쿠스를 잡으러 다니는 모습이 방영됐다. 쿠스쿠스는 멸종 위기 위급 단계다. 근 10년간 80% 가까이 개체 수가 감소했다.
4. 태즈메이니아 데빌
태즈메이니아 데빌은 주머니고양이과 동물이다. 기분 나쁜 울음소리로 ‘악마’라는 별명을 가졌다. 사납게 소리 지르는 얼굴에 비해 수줍음이 많은 성격을 갖고 있다. 경계를 위한 독한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태즈메이니아 데빌은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 섬에 분포한다. 건조한 숲과 나무가 많은 곳을 좋아하여 한때 북동부에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밀렵꾼들의 과도한 사냥으로 개체 수가 줄었다.
사냥의 이유는 태즈메이니아 고기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상금을 탈 수 있어서다. 태즈메이니아는 먹이가 부족할 경우 사람 사는 동네로 와 가축을 사냥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에서 현상금 제도를 만든 것이다.
태즈메이니아끼리 싸우는 방식 또한 개체 수 감소의 이유 중 하나였다. 서로 얼굴을 물어뜯으며 싸우는 방식 때문에 얼굴과 목에 종양이 생긴 것이다.
이로 인해 결국 데빌 개체 수의 95%가 사라지면서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됐다. 태즈메이니아는 1990년대 보다 80퍼센트나 수가 줄었다.
5. 일리 피카
일리 피카는 피카츄를 닮기로 유명한 토끼과 동물이다.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의 고지대 절벽에 둥지를 틀어놓고 서식한다.
원래는 해발 3200m에서 발견되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가장 최근에는 4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발견되었다.
특유의 독특하고 귀여운 얼굴로 세상에 공개되자마자 밀렵꾼들의 표적이 되었다. 현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포획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일리 피카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83년이다. 당시 개체 수는 약 2900마리 이상으로 추정됐다. 지금은 무분별한 사냥으로 70%나 개체 수가 급감하였다. 현재 약 천 마리도 채 남아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