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높이 뛰기의 클래스를 높인 우상혁
한국 높이뛰기의 간판 스타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대한민국 육상의 새 역사를 썼다. 우상혁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실외)육상선수권대회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뛰어 넘어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2m37)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바심은 세계선수권 높이뛰기에서 3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또 다른 유력 우승후보로 점쳐지던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프로첸코는 2m33으로 동메달을 수확했다. 우상혁은 자신이 보유한 한국 기록인 2m36보다 1㎝ 부족한 2m35의 성적을 내면서 한국 육상의 새 역사를 썼다.
이전까지 세계육상선수권 높이뛰기에서 한국이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은 1999년에 열린 대회에서 이진택이 6위에 오른 것이다. 모든 종목을 통틀어 실외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메달을 수확한 한국 선수는 경보의 김현섭(동메달), 단 1명 뿐이었다. 매번 서양인들의 잔치로만 끝났던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아시아 선수가, 그것도 실외 종목인 높이 뛰기에서 메달을 수상한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대회 전부터 우승 후보로 꼽혔던 우상혁은 이날 가볍게 2m19, 2m24. 2m27을 1차 시기에 넘었다. 2m24를 넘은 뒤 가벼운 댄스를 통해 분위기를 끌어 올린 그는 2m27도 가뿐히 1차 시기에 성공한 뒤 신나게 춤을 췄다.
힘찬 기합과 함께 2m30 까지 넘은 우상혁은 팔짱을 끼며 여유로운 세리머니를 펼쳤다. 우상혁은 2m33에서 1, 2차 시기를 모두 실패하며 위기를 맞이했지만, 3차 시기를 성공하며 포효했다. 그는 검지를 흔드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관중의 환호를 유도하며 도약에 나선 우상혁은 2m35 1차 시기에서 바에 걸렸지만 2차 시기를 가까스로 성공했다. 바가 살짝 흔들렸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을 했고 우상혁은 당당하게 미소 지었다. 경쟁자들이 잇따라 탈락하며 은메달을 확보한 우상혁은 한국 신기록에 해당하는 2m37에 도전했지만 1차 시기를 넘지 못했다. 그는 바심이 2m37을 성공하자 2m39로 높이를 올렸으나 2차 시기마저 실패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2m35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육상 트랙 및 필드의 올림픽 최고 순위인 4위에 올랐던 우상혁은 올해 한 단계 더 성장했다. 2월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열린 대회에서 2m36을 뛰어 자신이 도쿄에서 세웠던 한국 신기록을 다시 썼고, 슬로바키아 대회에서는 2m35로 정상에 올랐다.
이어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 2m34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5월 펼쳐진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도하 시리즈에서 2m33을 넘어 정상에 섰다. 올림픽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큰 무대에 강한 남자”라고 소개 한 후, 올림픽 4위를 차지하고 돌아왔다.

우상혁은 도쿄 올림픽 4위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며,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한 맹훈련에 도입했다. 수많은 육상스타를 배출한 미국으로 건너가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높이 뛰기위해 달려가는 도움닫기의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탄성이 있는 고무줄을 허리에 매고 육상트랙을 달리는 강도 높은 훈련을 시작했다. 더운 날씨에도 열심히 뛰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뼈를 녹이는 더위를 이겨낸 노력이었다.

훈련의 성과는 올해 초 시작된 육상세계 대회를 휩쓸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베오그라드에서 열린세계선수권(실내)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훈련의 성과를 증명했다. 특유의 핵인싸 다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관중들의 관심을 유도하며 금메달까지 거머쥔 완벽한 승리였다. 이 기세를 모아 세계육상선수권에 나서 금메달을 노렸지만,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오며 꾸준히 성장해 온 우상혁. 세계 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거뜬히 따낸 그는 이제 월드클래스급 선수라고 해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