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 월드클래스 실력 한국에서 뽐내다

한국 여자축구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여자 축구리그에 진출한 지소연이 돌아왔다. 8년간의 영국생활을 마무리 하고 한국 WK리그에 등장했다. 그녀를 데려가기 위해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와 수원 FC 위민이 협상한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결국 최종적으로 수원 FC 위민으로 이적했다.

8월 19일은 그녀의 한국 WK리그 데뷔일이었다. 여자축구의 불모지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는 일본리그에서 3년, 잉글랜드 리그에서 8년을 거치며 한국 프로 무대 데뷔는 처음 하게 되었다. 드디어 수원에 강림한 월드클래스를 보기 위해 이날 경기장에는 1091명 관중이 모여들었다.

천 명이 넘는 관객은 한국 WK리그 사상 최다 관객으로, 그간 남자축구리그에 반해 대중적으로 덜 알려졌던 여성축구리그가 지소연의 등장과 함께 살아날 것으로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남녀 포함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 최다 득점자로 유명한 그녀가 돌아온 것이다.

지소연은 이 날 보은 상무와 안방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수원종합경기장에는 지소연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몰린 팬들로 가득했다. 한국을 비롯, 일본에서 온 일본팬까지 지소연의 경기를 보기위해 한 마음으로 찾아왔다.

지메시로 불리는 지소연은 자신의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고, 패스·드리블·슈팅·압박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올라운더 플레이로 수원FC의 메인으로 활약했다. 전반 9분 보은 조아라 골키퍼의 손끝에 살짝 걸리는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워밍업을 시작한 지소연은 이후 신나게 필드를 누볐다.

상대 수비수 2∼3명을 끌고 다니면서 드리블을 치고 지공 상황에서는 공격진 바로 뒤에 자리해 세컨드 볼을 따내고 전환 패스를 뿌리며 경기를 리드했다. 전반 25분 수원FC는 조직력이 돋보이는 팀 압박으로 상대 진영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따냈다.

이후 공격수 전은하가 공간을 파고들며 컷백 패스를 꺾었고 이를 받은 김윤지의 슈팅이 수비수를 맞고 나왔다. 튀어나온 공은 지소연의 왼발 발등에 맞아 그대로 골로 이어졌다. 지소연의 활약에 힘입어 기세가 오른 수원FC는 전은하, 김윤지, 타나카 메바에 등이 활발히 움직이며 연신 골문을 두드렸다.

교체 투입된 이영서가 후반 44분 상대 수비 라인을 완벽하게 허무는 침투로 골키퍼까지 제치며 추가골을 터뜨렸다. 이어서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지소연은 수비 한 명을 앞에 세워두고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슈팅으로 완벽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흥나는 댄스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현했다.

이날 승리는 지난 1일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 수원FC에 3-4 패배를 안겼던 보은에 대한 설욕전이 됐다. 지소연이 교체 출전하면서 팀 데뷔전이 됐던 경기였다. 지소연은 경기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수권에서 팀의 패배를 막지 못해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오늘은 지지 말자고 이를 갈고 나왔는데 결과가 따라와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지소연은 이날 찾아온 모든 관중의 입장권을 전액 부담했다. “여자 축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는 단단한 각오는 올 시즌 최다 관중의 호응으로 돌아왔고, 1091명이라는 숫자는 마침 지소연의 등 번호 91과 뒷자리가 맞아 떨어져 우연이 빚은 데뷔전 기념품이 됐다.

앞으로 4경기 만을 남겨둔 지소연은 “(내년에도) 경기는 앞으로 계속 있을 거니까 주어진 경기에 최선을 다 할 뿐이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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